2011년 11월 17일 목요일

씨게이트의 재미있는 아이디어 - 무선 하드디스크 GoFlex Satellite

컴퓨터가 필요한 사람은 이미 모두 갖고 있는 것일까?
어느 순간부터 데스크탑 시장이 불황에 빠져버렸다. 잠깐의 현상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전체 HDD 보급대수는 정체되어 버렸다. 컴퓨터가 더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저장공간은 시간에 비례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 2010 년 보급된 저장매체는 모두 350 EB 용량이다. 그리고 2014 년에는 1 ZB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1 ZB는 최근 보급되는 보통의 2 TB 하드디스크가 5억 개나 되는 엄청난 크기의 저장공간이다. 이렇게 정체된 HDD 보급대수와 늘어나는 저장공간만 생각한다면 포화된 컴퓨터 안에 큰 용량을 갖는 HDD를 하나씩 장착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일단 지금까지는 동영상과 사진 같은 멀티미디어 정보를 저장하는 서버와 사용자 컴퓨터에 대부분 사용되었다. 그러나 새로 공급되는 저장공간은 이제 컴퓨터를 위한 것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는지, 거의 40 년 동안 컴퓨터의 기본적인 모습이었던 데스크탑과 노트북이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스마트폰과 태블릿(이하 패드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0 년 전세계 컴퓨터 판매업체는 매출고가 줄어들었지만, 애플은 유일하게 급성장한 이 현상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세상은 바야흐로 이동성이 중요해지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나는 지난 10 월 말에 9 일 동안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가장 곤란한 점이 찍은 사진을 저장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진을 찍을 것을 예상했기 때문에 1 TB 용량의 USB HDD를 구매해서 가지고 갔고, 복사하기 위해 넷북까지 가지고 가야 했다. 하루 동안 찍은 사진은 보통 10 GB 정도였는데, 사진을 거의 안 찍은 날도 있어서, 실제로 모두 76 GB 정도의 사진을 찍었다.
만약에 내가 갖고 있는 아이패드가 용량이 충분히 커서 1TB쯤 됐고, 데이터 저장이 쉬웠다면 어땠을까? USB HDD를 구매하지도 않았을테고, 넷북을 갖고 산을 오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패드류의 저장공간은 작고, 여러 이유로 더 크게 만들기 힘들다. 그럼 대안이 없을까?
씨게이트가 보급한 HDD는 용량이 평균 560 GB였다.
발표자 : 테 반셍(Teh BanSeng) 씨게이트 수석 부사장

패드류가 중심인 세상, 무엇이 문제일까?

그런데.....
패드류는 저장공간이 너무 작은 것이 아닐까? 괜찮은 이미지로 만들어진 ebook은 용량이 보통 200 MB가 넘고, 특히 아이들을 위한 그림동화 같은 경우는 500 MB보다 큰 경우도 많다. 또 사진과 동영상 같은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몇 GB씩 필요하다. 이마저도 용량을 줄이기 위해 패드류의 화면에 딱 맞게 크기를 변환시켰을 때 이야기다. 이렇게 변환시킨 파일을 패드류로 옮기려면 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USB 2.0 케이블로 옮긴다면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경우는 넣는 방법도 어려우니, 뭔가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느낌이 든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사회는 변하고 있지만, 분명히 아직은 뭔가 부족하다.

저장공간 부족으로 각광받는 서비스가 클라우드(cloud ; 넷하드 같은 서비스)다. 클라우드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대안이 되기는 힘들어보인다. 우선 가장 중요한 한계는 무선망이 먹통이 되면 언제든 데이터가 차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예상할 수 있다면 스마트기기에 바로 넣어 대비할 수 있겠지만 이를 예상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보통 동영상이나 사진을 모조리 스마트기기에 넣는 것은 한계가 너무 크다. 더군다나 클라우드는 아직 용량이 1~30 GB 정도로 생각보다 크지 않다.
클라우드의 다른 문제점은 무선망 이용에 따른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무제한 정액제 요금제를 쓰면 괜찮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두가 무제한 정액제를 사용하는 건 힘들다. 결국 앞으로 한동안은 데이터 스토리지를 사용자가 들고 다니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대안을 찾기 힘들다. (더 중요한 점은 멀티미디어 데이터 용량은 더 빨리 늘어나게 될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무선망 속도가 빨라지면 데이터를 직접 받아 활용할 수 있을까?
데이터 종류에 따라 그럴수도, 아닐수도 있다.
 그 이외에도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넣는 것은 보안과 인간의 소유욕 때문에 한계를 보인다. 패드류 사용자의 최소 절반은 컨텐트 활용이나 이메일 확인 같은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보안 문제도 심각해진다.

클라우드가 갖는 중요한 문제 : 속도, 비용, 보안, 소유욕....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제품이 씨게이트의 GoFlex Satellite다. 제품의 원리는 간단하다. 기존의 USB HDD에 전원(충전지)과 Wifi기기를 붙였다. 이렇게 하면 Wifi를 통해 간단하게 스마트기기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스마트기기에는 HDD 안의 내용을 볼 수 있는 앱을 설치해야 한다.

2.5" HDD를 기본으로 사용한다. 용량은 500 GB

두께가 좀 두껍다.

크기 : 120×88×22 mm³, 무게 : 267 g

이런 방식으로 GoFlex Satellite는 다섯 시간동안 구동이 가능하다. 데이터는 컴퓨터와 연결하여 USB포트로 전송하면 된다. 흔히 사용하는 문서, 동영상, 오디오 파일 종류는 대부분 지원하며, 이미지 파일은 모든 종류를 다 지원한다. (글쎄, CR2 같은 DSLR 로우화일을 지원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앱은 이런 모습이다.
동영상 재생 중
한계와 개선해야 할 점


  1. 앞에서 여행할 때 사진과 동영상을 백업(Backup)하기 위해 저장매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현재 GoFlex Satellite는 실시간으로 저장하는 방법이 없다. 어차피 usb단자가 제품에 있으니 메모리리더를 꽂거나 카메라 출력단자를 이용해 데이터를 직접 써 넣게 만들면 될 것 같은데, 그런 기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2. 시게이트에서 나오는 기존의 USB HDD 제품은 아답타로 데이터 전송 인터페이스를 바꿀 수 있는데, GoFlex Satellite는 추가된 기능이 HDD와 완전히 합쳐진 형태여서, 저장공간을 바꿀 수 없다. 만약 배터리와 Wifi를 지원하는 아답타를 만든다면 기존 씨게이트 제품 사용자도 이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3. 크기와 비교한다면 용량 500 GB는 사실 좀 부족한 감이 있다. 아니면 차라리 같은 용량 제품을 1.8" HDD로 만든다면 괜찮을 것 같다. 2.5" HDD는 휴대할만큼 작긴 하지만, 스마트폰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는 좀 크다. (이 문제점은 2 번의 아답타 형식의 제품이 나오면 문제될 것이 없을 것 같다.)
  4. 애플 제품처럼 배터리가 HDD와 일체형이어서 바꿀 수 없다. 이는 활용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사용자가 지금도 애플에 배터리 교체 기능을 요구하는 것처럼, 씨게이트도 소비자로부터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숱하게 받을 것이다.
  5. 가격이 27만 9천 원으로 고가다.

위의 다섯 가지 중에 1~3 번은 컨텐트 소비자만 초점을 맞추고, 컨텐트 생산자는 염두에 없었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처음 제품을 개발할 때 좀 더 폭넓은 사용자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1 번은 펌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기대해봄직하다. 2~4 번 문제는 하드웨어를 수정해야 하니 쉽지 않을테지만, 씨게이트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씨게이트 USB HDD 사용자에겐 2 번 문제점을 해결해 준다면 5 번의 가격 문제도 해결될 것 같다.

삼성역 가로수에서...


적합한 사용자

아마도 이런 사용자에게 적합할 것이다.


  • 중요한 발표를 하기 위한 이동이 잦은 사람
  • 컨텐트를 스마트기기로 많이 활용하는 사람
  • 여러 스마트기기를 같이 쓰는 사람
  • 해외여행을 하려는 사람


아마 내가 지적한 점들이 개선된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에게 추천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기기를 많이 쓰시는 분들이라면, 앞으로 한동안 이 GoFlex Satellite에 관심을 가져보자.


ps.
발표자였던 테 반셍(Teh BanSeng) 씨게이트 수석 부사장님은 이번 태국 홍수로 인한 HDD수급 차질 문제는 앞으로 2~3 분기 동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말씀하셨습니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