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2일 수요일

일요베스트셀러극장 <녹>

이 작품은 1980년대에 MBC에서 방송했던 단막극 시리즈 중 한 편이다. 원본 자체가 화질도 안 좋고, 색감도 나쁜 편이다. 이런 방송을 국회TV(KTV)에서 다시 방송하고 있다. KTV는 자막이나 광고가 많기 때문에 보관용으로서는 가치가 별로 없다.

이 방송 <녹>은 어렸을 때 봤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방송될 때 15금으로 방송됐지만, 당시에는 그런 제한 없이 방송됐었다. 이 변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볼만한 것 같다.

이 작품의 원작은 양귀자라고 한다. 내가 이 분 글을 읽은 게 거의 없어서 어떤 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단막극은 유명 작품을 드라마화하는 것이었다. 최근에도 유명작품을 드라마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2003 년에 방송된 베스트극장 <곰스크로 가는 기차>의 경우가 그렇다.) 그런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오죽했으면 유명 작품을 단막극으로 만드는 시리즈가 따로 생길 정도니까.

내용은 한 언론사(월간지 잡지사) 홍보부에 근무하는 주인공이 광고를 따내기 위해 목숨걸고 고건분투하며 겪는 봉급쟁이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내용은 이게 다다. 위기를 만들기 위해 단막극 내내 거의 등장하지 않는 라이벌(?)이 하나 등장한다. 최대 광고주의 외아들이자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에 기자로 근무하는 라이벌은 주인공과 입사 동기이자 사회부 기자로 입사한 주인공을 홍보부로 밀어낸 원수 같은 존재다. 작품이 끝나갈 때 같은 부서의 직원 한 명이 교통사고로 죽고, 그 소식이 신문에 난다. 화장실에서 신문을 보다 발견한 그 기사 속의 사진이 자기 사진으로 겹쳐보이는 와중에...... 불만이 가득하지만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주인공은 이런 말을 남긴다.

"언제나 그렇지 뭐. 온 몸이 녹슨 것처럼 뻑뻑하고, 이따금 찌르는 듯이 아프고.... 사람이나 물건이나 공기와 습기만 있으면 돋아나는 녹 말이야."

훌륭한 작품이긴 하지만, 마무리가 약하다. 끝을 마무리하면서 배경음악 대신 (당시의 촌스런) TV광고용 멘트들이 연이어 지나간다. 거의 30 년 전에 봐서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어쩐지 마무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실상 마무리가 약했기 때문이었다.


봉급쟁이가 극한까지 몰리는 우리나라 현실을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IMF라는 사회의 큰 변화를 거치고, 정보화 사회로 진입했으면서도... 우리나라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이 정보화 사회로 진입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인터넷, MB정부, 관료화, 사교육계의 꼴통화, 삼성공화국.... 이런 게 모두 우리 사회의 녹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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