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0일 월요일

배트맨 최신작 - <다크나이트 라이즈>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살펴보기 전에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살펴보자.
팀 버튼에 의해 창조된 영화 <배트맨>을 처음 보던 게 생각난다. 뭔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암울하고, 영웅주의에 쩔어있고..... 그래서 거부감이 들던.....
배트맨은 1930 년대에 만화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당시엔 만화캐릭터들의 시대였다. 배트맨 뿐만 아니라 슈퍼맨, 원더우먼 등이 모두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헐리웃이 백인우월주의를 극히 배제하고 남녀평등을 심각하게 고려하면서도 만드는 영화 속 주인공이 한결같이 백인 남성인 것은 백인우월주위와 남성 권위주의가 심하던 때 만들어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캐릭터를 만들 때는 주인공이 백인 남성이면 보조캐릭터로 흑인이나 여성이 많이 활용한다. 최근 만들어진 <다리미남자(Iron man)>를 생각해 보자. ^^)
배트맨이 출연하는 모든 영화는 이런 문화 흐름 속에서 만들어졌다. 더군다나 팀 버튼은 스스로 창조한 <가위손>이나 <크리스마스의 악몽> 같은 세계의 캐릭터들도 만화속 주인공처럼 느껴질 정도였는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배트맨은 어땠을까? 더더욱 만화 캐릭터처럼 만들어졌다. 그래서 배트맨에는 조커 같은 황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세 편의 <배트맨> 시리즈는 이렇게 암울한 범죄의 도시 '고담'에서 만화 캐릭터들이 활동한다. 아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전 이야기를 새롭개 재창조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만들어진다. <다크나이트>의 고담시는 우선 밝아서 우리가 사는 세계와 비슷하다. 물론 거기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캐릭터들은 <배트맨>과 비슷하다. 그렇지만 뭔가 다르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세 편의 <다크나이트> 시리즈는 <배트맨> 1 편과 2 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중요 캐릭터
이런 영화는 크게 두 가지 면을 생각하게 된다. 첫째는 신나는 액선. 대중의 반응을 살펴보자면 액션에 만족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액션은 실패다~. 둘째는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메시지).

감독의 의도는, 내 생각에는, 흔치 않게 철학적 화두를 제시한다. 이는 선과 악의 순환과 환경 변화에 맞춰 소중한 것도 곧잘 무시해 버리는 사람들. 논리와는 거리가 먼 대중의 특성과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정치인 같은 것을 이야기한다. 거기다가 자본주의 체제의 신자유주의의 맹점도 비난한다. (뭐랄까, <다크나이트 라이즈>에 등장하는 배트맨은 아버지가 물려준 엄청난 주식으로 전혀 일하지 않고도 떵떵거리며 호위호식하는 백수였다. ^^;) 철학적 화두 수준은 <배트맨 I> 이후 가장 강한 듯하다.
그러나 철학적 화두를 제시하는 수준에는 문제가 좀 있다. <배트맨 I>의 경우엔 영화 자체가 좀 어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쉬운 수준의 철학적 화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성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고려한다면, 철학적 화두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의 헐리웃 영화들이 워낙에 내용 없이 볼거리에만 치중하는 경우(예로는 <트랜스포머>)가 많기 때문에 이 시도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막상 이 영화를 볼 때 가장 거슬렸던 건 이야기 짜임새가 너무나 부족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배트맨이 악당에게 당해 불능상태에 빠졌을 때, 악당은 왜 자기가 어렸을 때 살았던 그 교도소(?)에 가두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거기에서 탈출하는 모습에서 안전띠라던가, 다른 도구를 쓰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도 너무나 대충 끼워맞춘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교도소 이전의 배트맨 모습은 (전편이 끝날 때 사고를 당해서) 무릎 연골이 없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된 게 교도소에 들어간 이후엔 다리가 말짱하다. (아마 교도소에 화타가 살고 있었던 것 같다. ㅎㅎ)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논리적 맹점 때문에 영화 수준이 엄청 나빴다.

이런저런 장단점을 살펴봤는데, 그래도 이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은 많다. 그만큼 중독성도 강하고, 또 나처럼 꼬치꼬치 따지지 않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두터운 팬층을 갖고 있다는 말은 그만큼 씹을수록 새로운 맛이 나는 영화라는 뜻일 것이다. 따라서 내가 단순히 이 영화를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이 놀라운 포스터는 팬이 만든 단순한 팬아트라고 한다.

이 영화는 보기 이전에 <배트맨> 시리즈와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모두 보는 것이 이해를 도와줄 것이다. 그냥 그렇다. ㅎㅎㅎ

상영관 : 압구정CGV 씨네 드 쉐프, 7 월 2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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