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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드리 햅번 (Audrey Hepburn) |
오드리 햅번(Audrey Hepburn)이 <로마의 휴일> 주인공이 된 데는 약간의 우여곡절이 없던 건 아니었다. 우선 1950년대 초반 당시에 미국 헐리웃은 영화를 유럽에 수출하기를 간절히 원했다. 유럽의 비영어권 시장을 확대하고자 해던 것이다. 이를 위해서 미국은 국가지원을 통해 이 영화제작에 보조금을 지금하기도 했다. 윌리엄 휠러(William Wyler) 감독은 이런 목적을 위해서 유럽 현지의 배우들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 지목한 것은 오드리 햅번(Audrey Hepburn)이 아니었는데, 처음 점찍었던 배우는 영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걸림돌이 되었다. 반면 뒤늦게 눈에 띈 오드리 햅번은 덴마크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에서 연극배우를 할 정도로 영어를 잘 했기 때문에 주연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그레고리 팩(Gregory Peck)은 이미 유명한 배우였기에 그의 경력을 논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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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고리 팩(Gregory Peck) |
내용은 동시대의 영화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단순하다. 유럽 순방에 나선 공주(오드리 햅번)가 모든 것이 통제되는 갑갑함을 못 참고 도망나와 신문기자를 만나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다. 왕자와 공주 이야기라고나 할까? 로맨틱 코미디의 효시라고 평가받는 경우도 있다. 전체 구성은 기승전결 없이 이벤트가 일렬로 나열되는 형식인데, '진실의 입' 같은 몇몇 장면은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지금도 로마에 가면 촬영할 때 썼다는 '진실의 입'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봤자 하수구 뚜껑이라는...ㅋㅋ)
생각해보면, 이미 60여 년이나 된 영화를 마치 지금 상영하는 영화인양 리뷰하게 되는 것이 대단한 것 같다. 이런 영화가 얼마나 있을까? 올해 개봉된 영화 중에, 60 년 미래에도 방금 개봉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가 몇 편이나 있을까?
ps. 리뷰를 쓰다가 생각나서 도저히 생략할 수 없는 것이 하나 떠올랐다. 직접 연관이 없더라도 이해해 주길 부탁드린다.
조선일보 논설의원 송영희는 지기 칼럼 '[송희영 칼럼] 마셜플랜 원조금으로 만든 '로마의 휴일''이라는 글(링크는 제공하지 않습니다. 원한다면 직접 검색해 보시길~)에서 아래와 같은 언급을 했다.
'로마의 휴일'은 미국 정부의 원조자금으로 만든 영화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 유럽 경제부흥을 위해 달러를 찍어 원조금을 주었고(마셜플랜), 유럽으로 나간 달러는 유럽 내에서 쓰거나 미국 상품을 수입할 때만 사용하도록 못을 박았다. '유로달러'는 이렇게 탄생했다. 영화제작사 파라마운트는 미국이 유럽에 보낸 달러 중 재입국이 금지된 원조금으로 현지 로케를 했던 것이다.
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성장산업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면 정부의 작은 정책 변화가 훗날 엄청난 효과를 내곤 한다. 할리우드 영화처럼 한국 반도체·전자산업도 그런 성공노선을 밟았다.
일본 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2011년 2월 28일자)'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가 2000~2009년 10년간 한국 정부로부터 감면받은 세금 액수는 7000억엔(9조8000억원가량)이었다. 이 잡지는 일본 경쟁회사들이 반도체 공장 4개를 지을 금액을 면제받았다고 비교하며, "세제(稅制) 혜택이 삼성전자를 지탱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의 노력도 대단했지만 세금감면이라는 '관군(官軍)'의 함포사격 덕분에 일본을 눌렀다는 논리다.(중간 생략)
'로마의 휴일'이 뜨던 1950년대 초반은 미국에 TV가 등장, 할리우드 영화가 위협받던 시절이었다. 정부 지원 덕분에 미국 영화계는 대형 스크린용 영화를 내놓으며 혁명적 변화를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를 장악하면서 미국 정부는 혜택을 줄여나갔다.
한국 경제가 지금 내려야 할 결단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그동안 제조업과 수출기업에 제공하던 혜택을 줄이고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그 혜택을 옮겨야 할 시기가 왔다. 제조업과 수출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편식(偏食) 체질부터 버려야 한다. 수출제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효자업종이라는 생각은 과거에는 맞았으나 지금 와서는 틀린 말이 됐다.(중간 생략)
히트곡(曲) 한 편을 만들기 위해 수십 번의 실패를 거듭하는 K-팝 제작회사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개발 실험에는 넉넉한 세금 감면을 해주면서 프랑스 파리 공연장을 달궈놓은 K-팝을 개발할 때 과연 얼마나 세금 혜택을 주었는가. 스마트폰이 달러벌이 상품으로 성공할 때까지 온갖 혜택을 제공했던 것처럼 K-팝 같은 한류(韓流) 상품에도 그렇게 사전투자를 할 생각은 없는 것인가.
우리 경제는 제조업에 의존하고, 수출기업에 의존하고, 대기업에 의존하는 3가지 의존증(依存症)에서 탈출해야 한다. 이제는 관광, 노후(老後)복지, 건강산업, 교육, 문화사업을 업신여기고 깔보던 틀을 깨야 한다. 소녀시대와 카라가 새로운 인기 춤을 개발하고 여행사가 산뜻한 여행코스를 발굴하는데 왜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이 글을 살펴보면 그들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이, 가카가 그렇게 좋아하는 한미FTA와 상충됨을 알 수 있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어떤 산업이든 지원책을 제시하는 것은 한미FTA를 통해 고발·고소당할 가능성이 있다. 멕시코가, 캐나다가 그런 과정을 통해 무기력한 정부가 됐던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조선일보가 자기 논설에서는 이를 간과한 모습은 과히 좋지 못하다. 송영희 논설의원 지적대로 제조업 이외의 분야에도 지원폭을 확대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괜찮은 생각같다. 그러나 이런 일은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최소한 이명박 가카와 한나라당, 조중동의 논리가 통하는 사회에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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