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 년에 두 시간으로 삭제된 상태로 극장에 걸렸던 이 영화는 2000 년에 무삭제판으로 다시 극장에 걸렸다. 무려 세 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이었다. 그리고 영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탈리아 영화 중에 이정도로 사랑받은 영화가 또 있을까? 그것도 전세계적으로 말이다.
처음 만들어져 이탈리아에서 상영되던 1988 년부터 이듬해까지 전세계의 수많은 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았고, 그 목록이 영화가 시작된 뒤 1 분여 시간동안 스크롤된다. 위풍당당 행진곡이 어울릴 법한 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동안 가장 많이 사용되던 벨소리가 시네마천국 주제가였다.
우선 배경부터 살펴보자.
공간적 배경은 이탈리아 남부의 섬 시실리인데, 독특한 문화를 갖는 곳이다. 로마시대 이전부터 거의 항상 북부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아온 곳이라서 피해의식 같은 것이 많기도 하다. 그곳에 영사기사 알프레도가 살고 있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 성장했기에 배운 것도 없다. (물론 마을의 다른 사람 상당수도 그렇다.) 시간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인데, 이탈리아는 2차 세계대전의 중요 참전국이었다. 참전국이라기보다는 발발국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주인공 꼬마 토토는 아버지가 군인으로 러시아에 가 있어서 편모나 다름없는 형편이다.
이젠 줄거리를 이야기해보자.
어느날, 유명 영화감독인 토토가 잠자리에 들려는데, 침대 맞은편에서 잠자던 아리따운 여배우에게서 알프레도가 죽었다고 연락 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천둥번개가 치는 날씨에 잠못이루며 알프레도와 함께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초등학생 토토는 아버지가 집에 없어서 집안형편이 어려웠다. 영양실조에 항상 병든 닭 신세인 이 꼬마는 유일한 낙이 사전검열하러 목사 혼자 영화를 보는 영화관에 몰래 들어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토토는 영화 상영기사 알프레도와 친해지고, 상영기기를 조작하는 법을 배운다.
시간이 흘러 영화관이 불타고, 알프레도는 겨우 목숨을 부지하지만 앞을 볼 수 없게 되면서 자연스레 토토가 일을 이어받는다.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된 토토는 그때부터 온종일 학교와 영화관에만 붙어산다.
몇 년이 지나 고3이 된 토토. 어느날 거리에서 아리따운 여자를 발견한다. 동갑네기 엘레나의 등장! 반 년이 지나도록 구애한 끝에 시작한 엘레나와 토토의 사랑은 엘레나 집안의 반대로 힘겨운 투쟁으로 변한다. 은행 청장인 엘레나 아버지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토토를 군대로 보내버리고, 힘겨운 군생활을 마친 후에도 사랑의 고난은 계속된다. 결국 토토는 알프레도의 권유대로 고향을 떠나 로마로 향한다.
다음날 아침. 고향을 떠난 이후 처음으로 다시 고향에 온 토토는 그동안 어머니가 자기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뒀던 자기 방을 발견한다. 그리고 알베르토 장례식! 늙어버린 사람들과 낡은 시네마천국! 아직도 예전 모습 그대로인 엘레나 발견!
엘레나는 아직 시실리에 살고 있고, 엘레나 딸이 힘겹게 열애하던 시절의 엘레나와 꼭 닮았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어렸을 때 촬영했었던 엘레나 필름을 돌려보며 그 딸의 모습에서 옛 엘레나를 떠올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중년 엘레나와의 밀회. 이어서 그토록 믿었던 알프레도가 그의 첫사랑을 망쳐놨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증오! 완성하지 못했던 사랑의 연장으로서의 불륜.
시네마천국 폭파!
자기 회사로 돌아온 토토는 알프레도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필름 롤을 보면서.........
영화는 끝난다. 이야기의 끝에 나오는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 롤 장면은 영화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명장면 중 하나다.
이 영화가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아니, 이 영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언듯 볼 때 이야기 중심에 서 있는 토토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사실은 알프레도가 주인공이다. 이는 흔히 쓰이는 소설기법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알프레도가 토토의 성장을 어떻게 돕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좀 더 복잡하게 이야기하자면, 토토가 엘레나에게 한참 구애할 때,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해 주는 일화를 살펴보면 어느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널 위해 내가 얘기 하나 해 줄까?
잠깐 앉아서 쉬자.
비극 중의 비극이지.
아주 옛날에 국왕이 연회를 열었는데, 국내의 미인은 전부 초대 받았지.
그런데 국왕의 호위병사가 공주가 지나가는 걸 보았어.
미인 중 공주가 제일 예뻤고, 병사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지.
하지만 공주와 일개 병사라는 신분 차이는 엄청났지.
어느 날 드디어 병사는 공주에게 말을 걸었어.
공주 없는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야.
공주는 병사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어.
공주는 병사에게 말했지.
그대가 100 일 밤낮을 내 발코니 밑에서 기다리면 기꺼이 그대와 결혼하겠다고.
병사는 쏜살같이 공주의 발코니 밑으로 달려갔어.
하루, 이틀, 열흘, 스무날·····
공주가 창문으로 줄곧 살펴봤는데, 병사는 꿈쩍도 안 했어.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병사는 변함 없었지.
새가 똥을 싸도 벌한테 쏘여도 움직이지 않았어.
그리고...
석달이 지나자 병사는 전신이 마비되고 탈진상태에 이르렀어.
눈물만 흘렸지. 눈물을 억제할 힘도, 잠을 잘 힘도 없었던 거야.
공주는 줄곧 지켜보았어.
드디어 99 일째 밤.
병사는 일어서서 의자를 들고 가버렸어.
마지막 밤에요?어려운 이야기다.
그래, 마지막 밤에!
이유는 나도 모르니 묻지 마라. 네가 이유를 알게 되면 가르쳐 주렴.
1993 년에 극장에 공개됐던 두 시간짜리 영화는 사실은 거의 절반으로 잘린 것이었다. 감독판으로 공개됐던 것도 40여 분이 잘린 것이었으니 현대의 극장에서 이걸 그대로 상영해줄 리는 없었을 듯 싶다. 나도 아직까지 원래 처음 공개됐던 <시네마천국>을 보지는 못했다. 90년대 중반에 TV에서 거의 삭제하지 않은 상태로 방영했었다고 알고 있지만, 그때도 보지는 못했다.
아무튼 1993 년 개봉작과 비교해 2000 년 개봉작이 낮게 평가받는 것 같다. 1993 년 개봉작이 결말을 확연히 보여주지 않은 상태로 끝나서 열린 결말로서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2000 년 개봉작에서는 중년의 엘레나와의 관계를 보여줌으로서 열린 결말을 막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1993 년 개봉작에서는 영화에 나오는 여러 요소들이 잘 어울리지 못한다.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말도 달라져 버렸다. 영화가 시작할 때, 토토의 여자친구가 계속 바뀌는데 그걸 토토 어머니가 알아차리는지 못 알아차리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는 1993 년 개봉작만 보고서는 이해할 수 없다. 단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오락거리용으로 보기에는 1993 년 상영됐던 짧은 <시네마천국>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본다'는 것 이상으로 영화에서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에 만족하기는 힘들지 않나 생각해본다.
참고로 하나만 더 추가해 둔다.
영화에서 신부님이 영화를 미리 보고, 종을 쳐서 잘라낼 부분을 알려준다. 헐리웃 영화계는 2차세계대전 즈음까지 검열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 결과 더 선정적이고, 더 폭력적인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를 처음 만들었던 에디슨도 선정적인 영화를 상당수 만들었다. 그의 역사적인 영화들이 안 알려진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따라서 우리나라 유교 중심주의 정도의 사회라면 영화상영 이전에 검열이 꼭 필요했을 것이다. 이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헐리웃의 영화 관계자들이 모여 영화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그런 선전성과 폭력성은 줄어들었다. 이때까지의 미국은 정부에서 모든 것을 규제하려는 우리나라에서는 절대로 쫒아가지 못할, 부러운 면모가 있다. (뭐 지금은 이기주의에 쩌들어 썩어빠진 게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단지 아직 언론과 사법부가 살아있다는 정도가 다를 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