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9일 월요일

〈무한도전〉 '나름 가수다'에 대한 평가기록

초장수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경연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나름 가수다' 편을 방송했다. 방법은 다른 <무한도전> 멤버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 2주 전에 청중평가단 600 명을 미리 모집하기도 했다.
<무한도전> 멤버인 정준하, 노홍철, 길, 하하, 정형돈, 유재석, 박명수가 노래를 불렀고, 정재형이 MC를 봤다. 정재형은 여름에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후에 예능 프로그램과 TV CF에 전방위 출연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워낙 시청률이 높다보니 그런 사람이 꽤 많다. 그래서 어정쩡한 지명도의 가수들은 <무한도전>에 출연하기를 학수고대하는 것 같다.)
본 공연은 2012.01.07에 방송됐는데, 준비과정과 공연 순서를 정한 것은 2011.12.31이었다. 순서를 뽑는 방송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정준하가 1 번이 된 것은 제작진이 그냥 그렇게 배정해 준 것 같다. 나중에 공연을 봤으면 알겠지만, 다른 노래는 순서에 별 상관이 없지만 정준하의 '키 큰 노총각 이야기'는 제일 처음 아니면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1. 정준하의 '키 큰 노총각 이야기'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고, 발레리나 김주원의 아주 간단한 안무 뿐이었지만 절절한 가사와 정준하의 표현력이 결합되어 청중을 강하게 휘어잡았다. 두말 할 필요도 없는 최고의 무대였다.


2. 노홍철의 '사랑의 서약'
멋진 무대였다. 다이나믹 듀오, 노라조, SES의 바다가 함께 한 공연이었고, 그들의 말대로 에너지가 펄펄 끓어넘치는 무대였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무대를 정신없는 무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유리상자의 조용한 원곡과 비교해서 인상을 절대 남길 수 없는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고나 할까? 듣는 사람들이 신나 하지만 기억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노홍철에게 투표한 청중단이 적은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4 번 이후에 공연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3. 길의 '삼바의 매력'
길은 게리와 함께 '리쌍'으로 활동하는 소문난 실력파 가수다. 이런 가수가 공연을 위해 소속사 가수를 총동원해서 나왔다. 결국 음악성은 좋았다. 1~2 위를 점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청중은 <무한도전> 열혈청취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함정이었다. 그들은 음악성을 원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역시 높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을 거라 예상됐다.


4. 하하의 '바보가 바보에게'
가수 하하의 완전히 잘못된 무대였다. 빌보드 차트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00 위 안에 들었다는 스컬이 참여했지만 이게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컬의 음악실력은 정말 짱이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이 무대에 어울렸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특히 중간에 펼친 폭풍랩은 <나름 가수다>가 아닌 클럽이나 콘서트장에서나 했어야 한다. <나는 가수다>에서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클럽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름 가수다> 청중은 폭풍랩이 펼쳐지는 동안 감상 흐름이 끊겨버렸을 것이다. 거기에 처음에 마이크가 안 나온 방송사고는 엎친데 덮친 격이 되었다.


5. 정형돈의 '영계 백숙'
'영계 백숙'은 정준하가 2 년 전에 불렀던 노래다. 당시에 정준하가 곡 완성도 늦고, 맘에도 안 든다고 투덜거리는 와중에 윤종신이 굳굳하게 만들던, 이야기를 간직한 노래였다. 2000년대 들어선 윤종신은 코믹과 이야기를 적절히 섞는 형식의 노래를 만들어왔는데, 이 노래는 그에 잘 맞는 노래다. 그런데 이번에 이 노래를 정형돈이 부르게 되면서 아예 이야기를 뮤지컬로 승화시켰다. 자체로 예술....!
무대가 얼마나 훌륭했으면 앞선 공연이 전부 잊혀져 버렸다. 청중단 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고, 그래서 이 곡을 기준으로 앞쪽 공연의 득표율이 뒤쪽 공연의 득표율보다 저조해진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아마 이 무대를 본 사람들 중에 가장 흐믓해한 사람은 윤종신이었을 것 같다. (원솔미 편곡 + 앙상블 팀)


6. 유재석의 '더위먹은 갈매기'
유재석은 어떤 무대에 서든 이름값과 호감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편이다. 따라서 같은 공연을 할 경우 평가가 잘 나올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유재석이 후배 개그맨 두 명과 함께 한 무대도 완벽해 보였다. 원본인 노홍철 노래가 워낙 특성도 강하고 짜임새가 빈틈이 없어 편곡이 힘들어 연습하기도 힘들었다는데도 가장 좋은 무대를 보였다.
그러나 유재석의 무대에 발목을 잡은 이유는 길의 무대가 발목잡힌 이유와 같이 청중평가단이 <무한도전> 팬이었다는 점이었다. 유재석은 변신에 실패했고, 결국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7. 박명수의 '광대'
8집 가수 박명수 무대도 좋았다. 중간에 랩 부분을 실패했고, 박명수식 개그는 솔직히 좀 아니었지만, 실수를 보충하고도 남는 김범수와 동춘서커스단이 출연했다. 실수 때문에 꼴지를 염려하는 동정표가 몰렸는데, 이 동정표가 김범수의 득표력과 합해져서 예상밖의 고득점이 가능했다.



아무튼 이번의 '나름 가수다'는 1 년 전에 응급조취로 촬영된 정총무 편만큼 영향력이 컸던 것 같다. 또 최근 정준하-정형돈 대세론을 그대로 굳히기하는 무대였다. 할 이야기는 훨씬 더 많았지만 모두 뱀발이 될 것 같으니 다 생략하자.

순위
1위 정준하 (19.5%)
2위 정형돈 (18.8%)
3위 박명수
4위 유재석
5위 길
6위 노홍철
7위 하하

댓글 1개:

블랙체링 :

정현돈의 영계백숙 무대는 월요일인 지금도 생각날 정도로 인상 깊었습니다. 그 덕분에 영계백숙만 여러번 봤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