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1일 화요일

좋은 글로 고쳐보기 - snowall 님의 "1초 (1)"

글쓰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아니 쉽지 않다. 간혹 말을 꼭 글을 읽는 것처럼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건 그 사람의 타고난 능력(?)이거나 오랫동안 수련을 쌓아온 노력의 결과물일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부럽지만, 아직 글쓰기 공부를 3 년 정도밖에 하지 않아서 아직 할 수 없다. ^^; 이 글에서는 기존의 글을 좋은 글로 바꾸는 방법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좋은 글로 바꾸는 방법 중에서, 맞춤법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빼고, 문장구성에 대해서만 주로 이야기할 것이다.


지금 살펴볼 글은 snowall 님의 글 "1초 (1)"의 마지막 문단이다.


갈릴레이는 진자의 아주 중요한 특성을 발견한다. 흔들리는 폭이 얼마나 큰가에 상관 없이, 얼마나 무거운가에 상관 없이, 진자가 흔들리는 시간은 오직 진자의 길이에만 관련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같은 길이를 가지는 진자라면 크게 흔들리든 작게 흔들리든 같은 시간 동안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간다는 뜻이다. 


이 글을 단어 하나하나 뜯어서 더 좋은 표현이 있는지 살펴보자.




갈릴레이는 진자의 아주 중요한 특성을 발견한다.
군더더기 없고, 이해하기 쉬운 좋은 문장이다. 여기에서 '특성'이라는 낱말을 수식하는 두 개의 요소 '진자의'와 '아주 중요한'이 있는데, 우리말은 이런 수식어의 순서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중국어는 대체로 고정되어 있는데, 우리말은 조사와 어미가 변하며 강한 유연성이 생겨서 이런 차이를 불러오는 것 같다.) 이때 순서를 바꿔서 '아주 중요한 진자의 특성'으로 바꿔주는 게 눈꼽만큼 나을 수도 있다. 이렇게 바꿨을 때는 조사 '의'를 생략해주는 게 더 우리말다운데, 이럴 경우 좀 거북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이 거북함은 우리가 얼마나 번역체에 익숙해졌는지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흔들리는 폭이 얼마나 큰가에 상관 없이, 얼마나 무거운가에 상관 없이, 진자가 흔들리는 시간은 오직 진자의 길이에만 관련된다는 점이다.
이 문장에는 문제가 약간 있다. 주어 '진자가 흔들리는 시간'이 문장 중간에 있는 것은 우리말과 맞지 않으므로, 주어를 문장 맨 앞에 놓아야 한다. '얼마나 ~~한가에 상관 없이'라는 표현은 중복된 것도 문장이 길어지면서 이해하기 힘들게 한다. 문장 끝에 있는 '~한다는 점이다'는 앞 문장에 나온 '특성'을 생략된 주어로 인식한 문장구성이다. 이런 문장구성은 우리말의 중요한 특성이며 글 쓸 때 매우 유용한 방법인데, 이번 경우에는 군더더기에 가까우므로 생략하는 게 좋다. 마지막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진자의 길이'의 조사 '의'는 생략! 이런 걸 깨끗하게 정리하면 아래처럼 된다.
진자가 흔들리는 시간은 흔들리는 폭과 무게에 상관 없이, 오직 진자 길이에만 관련된다.
사실 이 문장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서 문제 없이 받아들이지만,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진자가 흔들리는 시간'이란 말의 의미가 매우 애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자가 한 번 왕복하는 시간' 정도로 고치는 게 좋다.




다시 말해서, 같은 길이를 가지는 진자라면 크게 흔들리든 작게 흔들리든 같은 시간 동안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간다는 뜻이다.
이 문장은 앞 문장을 부연설명하고 있다. 앞 문장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해를 돕고자 추가한 것으로, 굳이 따지자면 필요없는 문장이다. 그러나 내용을 미리 알고 있던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더라도,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만한 문장이다. (글쓰기는 항상 읽는이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이렇다.)
'같은 길이를 가지는 진자라면'이라는 표현은 영어 번역체다. 국민 대부분이 영어교육을 받다보니 생기는 문제다. 이 문장은 '길이가 같은 진자라면'이나 '진자는 길이가 같으면'처럼 바뀔 수 있다. (의미에 따라서 주격조사 '가'는 '는'으로 바꿔줘거나 생략할 수도 있다. 이때 뜻이 미묘하게 변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라는 표현은 참 고민스럽게 하는 표현이다. 뭔가 좀 어색하지만, 막상 고치자니 고칠 필요가 있나 싶어지는 것이다. 아무튼 뒷부분 조사는 어떻게든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가 뜻이 더 명료할 것 같고, '끝에서 끝까지'로 쓰는 것이 더 산뜻한 표현이 될 것 같다. 어떤 걸 선택하느냐는 글 쓰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한다는 뜻이다.'는 앞 문장에서처럼 앞 문장의 특정 단어나 앞 문장 전체를 주어로 인식하기 때문에 쓰인 말이다. 그러나 그냥 빼고 주어와 서술어를 일치시키는 게 낫다. 그래서 이걸 빼놓으면 '같은 시간 동안'과 '~으로 간다'를 합할 수 있게 된다.
문장을 다 정리해 놓고 살펴보니 '크게 흔들리든 작게 흔들리든'은 그냥 이해를 돕기 위해 삽입된단순한  부사구인 것이 아닌가. 그러니 이 부사구의 앞뒤에 쉼표(,)를 찍어 읽는이에게 친절한 안내를 해보자. ^^
다시 말해서, 진자는 길이가 같으면, 크게 흔들리든 작게 흔들리든,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가는 시간이 같다.
이렇게 바꿨더니 쉼표가 너무 많은 게 좀 걸린다.




이제 정리한 것을 모아보자.


갈릴레이는 진자의 아주 중요한 특성을 발견한다. 진자가 한 번 왕복하는 시간은 흔들리는 폭과 무게에 상관 없이, 오직 진자 길이에만 관련된다. 다시 말해서, 진자는 길이가 같으면, 크게 흔들리든 작게 흔들리든,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한 번) 가는 시간이 같다.


이렇게 정리했지만, 이 결과가 최선은 아니다. 최선이면 좋겠지만, 쓰고 읽는 사람이 변하면 글도 변해야 하기 때문에 그때 그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달라진다. 더군다나 한 사람도 시간 흐름에 따라 달라지므로, 나중에 보면 또 맘에 안 드는 곳이 생긴다.

댓글 1개:

snowall :

오호. 앞으로 글 쓸때 참고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