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0일 토요일
페이스북 친구였던 보라(Lee Bora)라는 분과 두 번째 논쟁이 붙었고, 결국 친구 해지와 받아보기를 그만두는 사태가 됐다.
보라라는 분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언어를 가르치신다. 그런데 조금 전에 보니, 이번 수능 언어영역에 대해 사교육기관들의 분석(1 등급이 98 점에 만점자가 2.8 % 정도)에 분개하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기가 교육계 분야를 떠나 구직활동을 할 거라는 포스트를 올리셨다. 그래서 난 보라 님의 말씀(1등급이 96 점에 만점자가 1 % 정도, 이는 문제 70 %가 거저주는 수준으로 쉬웠지만, 1 문제는 매우 어려웠고, 3 문제는 문제 자체는 쉬웠지만 지문이 극히 어려웠기 때문이다.)이 옳더라도 확률적으로 사교육기관들이 분석한 것과 같은 결과가 일어날 수 있으니까 교육계를 떠나는 일은 하지 말라는 뜻의 댓글을 달았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보라라는 분은 확률이 뭔지 모르는 것 같다. 아마 고등학교 때 동전던지기에 대해 확률을 따지는 수준에서만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 무조건 내 댓글에 내용 없이 "아닙니다."만 반복했다. 그리고는 이런저런 말을 하긴 했는데, 완전 횡설수설을 하다가, 급기야는 자기는 수능 1등급 커트라인을 예측하는 게 일인 프로인데 아마추어인 내가 그것에 딴지를 거는 건 웃긴 일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내 댓글을 다시 살펴봤지만, 나는 보라 님 전공인 언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수학적 확률을 생각할 때 보라 님 분석이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언급했을 뿐이다.)
보라 님이 삭제하지 않는 한 그 댓글들은 고스란히 남아있을테니 정말 궁금하신 분이 계신다면 읽어보기 바란다. 그러나 싸로 싸움이 벌어진 댓글들이니 웬만하면 읽지 않으시길 바란다.
https://www.facebook.com/violet.aroo/posts/445059788883562
내가 보기에 보라 님은 논리를 잘 모르시는 것 같다. 지금까지 10 년(이 정도라고 예전에 했던 거 같은데...) 동안 어떻게 아이들 언어를 가르치셨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 자기가 모르는 분야로 넘어갔으면 학생들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자기 생각의 범주 안으로 가둬 가르친 것은 아닐까? 이건 내 오지랍이지만, 그 제자였던 아이들이 좀 염려된다.
-------------------------
(추가)
보라 님과 처음 만났을 때의 일....
댓글들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보라 님과 처음 알게 됐던 건 맞춤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였다. (정확히 언제 어떻게 맞춤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근데 맞춤법에 대해 내가 문제가 있다고 하며 몇 가지 예를 들었는데, 그에 대해 전혀 수긍하지 않았었다. 그때 내가 말했던 것은 대부분 내가 몇 년동안 고민하던 문제들 중에 어느정도 결론을 내린 것들이었다. 그래서 좀 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작년에 맞춤법에서 바뀐 것들(예를 하나 들자면, 그 이전에 내가 강하게 주장하던 '괴발개발'이 '개발새발'로 바뀐 것을 국어학계에서 수용하지 못했는데, 2011 년 맞춤법이 개정되면서 둘 다 표준어로 인정받게 됐다. '개발새발'은 이전에 내 블로그 이름에 포함됐던 단어였다.)에 대해 이야기해도 전혀 씨알도 먹히지 않았었다. 바뀌었다고 이야기하자 그제서야 찾아보고는 알더라....(가르치는 사람이라며 어떻게 가르친 걸까??)
(참고로 내가 주장했던 것 상당수는 옛날에 블로그에 포스팅했었는데, 몇 가지는 내가 틀렸던 것으로 결론나 내 포스팅을 고쳤고, 몇 가지는 그대로... 몇 가지는 내가 주장했던 대로 맞춤법이 바뀌었다. - 아.. 이런 포스팅들은 대부분 감춤 처리됐다.)
맞춤법은 우리가 쓰는 우리말을 분석하고 정리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국어학자보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우리말에 어울리는 규칙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학자나 물리학자들이 여기에 신경쓰기 시작하면 국어학자들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말에 대해 프로라면 프로 위치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해야 하고, 자기 의견 뿐 아니라 다른 주변 사람 의견을 끊임없이 수렴해서 타당성을 검토하고 반영해야 한다.
내가 보기에 보라 님은 언어나 우리말 실력이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점이 부족한 거 같다.
--------------------------------
나도 분명 이런 게 있다. 전공에 대해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게 많다. 지금까지 내가 전공에 대해 이야기할 때 상대가 반박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언쟁이 됐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틀린 걸 스스로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어떻게 행동할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 스스로가 염려스럽다.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