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8일 수요일
경상도 사투리 '학교가?'는 무슨 뜻인가?
slrclub 자유게시판에서 이 이미지를 보았다. 서울에서는 한 가지 뜻으로 받아들여지는데, 경상도에서는 두 가지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정말일까?
이걸 생각해 보기 전에, 한 가지를 우선 생각해 보자.
작가들 사이에서, 최근 구두법을 안 지키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사실 구두법이란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일제시대 때다. 그렇다면 없애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할 듯하다.
구두법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각종 괄호, 마침표, 느낌표, 물음포, 쉼표, 온점표 등등이 있다. 이건 서양에서 출판업자들이 책을 만들면서 많은 기호체계를 썼고, 그것들 중에 가장 경쟁력 있는 게 살아남은 것이다. 왜 살아남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말을 들을 때보다 읽을 때 뜻을 더 많이 헤깔리는 건 그만큼 정보가 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두법을 잘 반영하면서 읽어야 한다. 구두법을 무시하고 읽으면, 우리가 말할 때 취하는 행동이 제대로 전달하지 않을 테니까, 읽는 사람들이 무지 힘들어지고, 또 뜻이 잘못 해석될 가능성도 커진다. 왜냐하면 구두법이란 건 우리가 말하는 동안 나타나는 행동은 글씨에 표현되지 않아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쉼표가 있으면 읽을 때 잠시 쉬었다가 읽는다...............고 학교에서 배웠지만, 이건 명백하게 틀렸다. 잠시 쉬었다가 읽는 것이 아니라 오래 뜸을 들이고 읽기를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띄어쓰기가 된 곳에서도 쉬었다가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온점표는 별 특징 없이 읽기를 끝내라는 것이다. 느낌표는 무언가 느껴짐을 표현하면서 읽어야 한다. 물음표는 말 끝을 올리라는 뜻이다. 괄호는 읽는 사람을 위한 첨언으로, 읽을 때는 무시하라는 뜻이다. 사실, 이런 구두법을 잘 쓴다고 해도, 우리가 말하면서 취하는 행동이 모두 기록되는 것도 아니다. 구두법은 정말 최소한의 행동언어를 기록하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구두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글을 쓰면 어떻게 될까? 전해지는 정보는 더 줄어들게 되므로, 뜻이 전해지기가 더 힘들어진다. 따라서 구두법이 비록 일본을 거쳐 들어온 서양 풍습일 뿐이라 하더라도, 구두법을 지키지 않는 작가들 유행은 옳지 않다.
자, 그럼 다시 앞의 문제로 가서, 아래 이미지의 글을 생각해보자.
경상도에서 학교에 가느냐는 물음으로 한 말이었다면, 문장 끝을 올려 말했을 것이므로, 문장 끝에 물음표를 붙였어야 한다. 만약 학교에 있느냐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면 문장 끝을 내려 말했을 것이므로, (그게 질문이었다고 하더라도) 문장 끝에 마침표를 써야 한다. 더군다나 문법적으로 학교에 가는 것이냐는 질문이었다면 '학교'와 '가'는 띄어써야 한다. (만약, 학교에 가라는 권유였다고 하더라도 띄어쓰기 때문에 구분이 된다.)
여러모로 아래 이미지는 글쓰기와 구두법을 잘 몰라서 나온 이야기일 뿐이다. 이런 게 퍼지는 건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글쓰기에 대해 모르는지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ps.
간혹 정말 뜻이 중복되어 쓰이는 경우가 있다면 경상도 말이 비효율적이라고 받아들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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