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9일 일요일

한국 토종 인터넷서비스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

최근 네이버가 운영중인 SNS인 미투데이가 서비스를 접는다는 소식에 조금 시끄러웠었습니다. 국내 SNS서비스는 대표적으로 네이버의 미투데이, 다음의 요즘, SK커뮤니케이션즈의 C로그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들 서비스는 모두 2013년 6 월에서 2014 년 6 월 사이의 1 년 동안 모두 문을 닫게 되었다. (출처)

왜 이렇게 SNS가 몰락하는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단문 SNS 시대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단문 SNS의 대표인 트위터 사용자는 몇 년 전부터 점점 줄어들고 있다. 토종 SNS가 모두 단문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몰락하는 건 당연했던 것 같다. 근데 왜 단문 SNS 시대가 끝나는 것일까? 그건 스마트폰과 관련돼 있다.

애초에 단문 SNS가 인기를 끈 이유는 휴대폰의 문자와 관련되어 있다. 에반 윌리엄스가 처음 트위터를 만들며 트윗 하나를 140 자로 제한한 이유는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로 트윗하기 좋게 하기 위해서었다. 우리나라 토종 SNS는 모두 이 트위터를 본따 만들었기에 글자수가 제한된 것이다. 이 서비스들은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면서 문자메시지 사용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일종의 휴대형 컴퓨터에다가 화면도 상당히 크다. 그래서 문자보다는 따로 설계된 앱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앱 중에 일부는 트위터처럼 글자수 제한이 있었지만, 이런 앱들은 점차 인기를 잃었고, 글자수 제한이 없는 앱들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그것 중에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페이스북이다. 구글도 페이스북을 따라서 구글+를 만들어 내놓았다.

두 번째 이유는 기업들의 구태에 있다.
도대체 우리나라 기업들은 왜 이것저것 붙이려고만 할까? 어떤 기능은 좋지만, 대부분은 지저분할 뿐,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또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용자 정보를 모으고 싶어한다. 정말 신기할 정도다. 어떤 서비스는 페이스북으로 로그인하려고 하자 페이스북에서 지인과 개인적으로 나눈 채팅내용까지 가져가려고 했다. 물론 당연히 그 앱은 바로 삭제됐다.
우리나라 기업이 전반적으로 약한 점, 그게 바로 선택과 집중인데, 이게 우리나라 서비스를 위기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토종 SNS가 쉽게 망하는 이유는 전반적으로 이런 것이다. 이런 문제점이 나타나는 이유는 세계에서 통하는 서비스를 만들기보다는 국내 시장에만 최적화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종류에 따라 지역화가 중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비스 종류는, 국내시장만 놓고 본다면, 한두 개의 서비스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이 한두 개의 서비스는 국내 서비스가 베낀 원래 서비스인 외국, 특히 미국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국내 서비스가 살아남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시장이 큰 분야에서는 각종 꼼수로 국내 시장을 지키려(?) 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쇼핑몰이다. 국내 쇼핑몰에서 결제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장벽이 필요하다. Active-X와 공인인증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는 해외에서는 쓰지 않는 기술이다. 그리고 국내 쇼핑몰을 이용하기 힘들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정말 심각한 것은 이것들이 국내의 개인용컴퓨터를 보안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두 가지가 엄청나게 나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쇼핑몰 시장을 해외로부터 지켜온 것이 사실이다.

쇼핑몰 분야가 Active-X와 공인인증서를 동원해서 국내시장을 지켜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이것마져도 위협받고 있다. 해외직구.... 직접 해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13 년에는 이미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데 쓰인 비용이 2조 원이 넘어선다고 하니, 소비자들이 해외직구에서 느끼는 벽은 조만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국내 서비스가 경쟁력을 잃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그런 이유보다 훨씬 더 큰 이유가 있다. 바로 정부다.

우리나라에서 사용자가 좀 모이는 서비스가 생기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논란이 검경찰이라는 공권력에 의한 개인정보 감찰이다. 검찰과 경찰이 각 회사에 개인정보와 이용기록을 요구하거나, 수색영장을 이용해서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를 수집하기도 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한국사회 특성상 서비스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이렇게 기업에게 직접 요구하지 않더라도, 광범위한 패킷감청을 이용해서 활동을 알아내기도 했다. 국내 사용자가 2008 년에 쓰던 ID와 암호는 대부분 안기부가 패킷감청으로 모두 수집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의 많은 소비자가 패킷을 암호화하는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게 2008 년 말~2009 년 이야기다.
오늘도 어디선가 내 개인정보를 정부기관이 수집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 개인정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제한돼 있다. 아예 인터넷을 쓰지 않거나, 보다 안전한 해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해외 서비스들은 개인정보를 그리 많이 수집하지 않는다. ID, 암호, 이메일 주소에 필요에 따라서 전화번호를 요구할 뿐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건 페이스북이라는 서비스의 특성 때문에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망한다면, 그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우리나라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국내의 실명제법 때문에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안에도 약해, 개인정보도 안 지켜줘.... 국내의 이런 병신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는 정말 없지 않은가?

이런 서비스는 꽤 많은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이메일, SNS, 동영상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동영상 서비스는 지역최적화와 정부의 삽질 덕분에 절대다수 사용자가 구글 유투브로 넘어갔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심지어 유투브에 실명제를 시행할 것을 요구하자 구글은 한국계정에는 댓글을 달지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유투브를 떠나지 않고, 반대로 구글 계정의 국적을 전부 외국(주로 미국, 일본, 싱가폴 등)으로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몇 가지를 더 추가해야겠다.

국내 서비스들이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앞서 SNS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해외 기업을 본따 만들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이처럼 검증된 적이 없는 서비스는 국내에서 런칭하기 힘들다. 투자자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는 기존에 없었다는 것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객관적인 자료가 있을 리 없다.

또 한 가지 역시 투자자에게서 들을 수 있다.
"만약 네이버가 이 시장에 들어오면 시장을 지킬 수 있겠는가?"
벤처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 투자자들을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이 말일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네이버 같은 기존 강자들이 약자들이 겨우 만들어놓은 기존 시장을 계속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시장을 잘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미래의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일 뿐이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기존에 시장을 만든 회사를 사거나 M&A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포털에 경쟁서비스를 추가할 뿐이다.
이에 대해서는 '위키피디아, 지식인과 집단지성의 힘 (2주년 기념 포럼 #2/3)'의 추가 부분에 적어놓은 적이 있으니 살펴보면 좋겠다.



추가 : 2010.08.19 네이버와 한글 위키백과
2008년 네이버는 한글 위키백과에 지원금을 주면서 컨텐츠를 네이버 검색화면 최상단에 노출시키기 시작했다. 이미 두산백과사전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던 네이버였기에 당시에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보였다. 2년이 지난 지금(2010년) 네이버에서 검색할 때 위키백과 검색결과는 최상단이 아니라 하단의 웹문서 검색결과에 섞여나온다. 왜 이렇게 됐을까? 네이버는 검색품질이 아니라 사용자 이용습관을 유지함으로서 검색점유율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전에 위키백과를 검색하기 위해 다른 검색엔진을 사용하던 사용자의 검색습관을 네이버로 바꾸기 위해서 위키백과 검색결과를 최상단에 노출하는 일을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지금 최상단에서 제외된 것은 그런 사용자의 검색습관을 충분히 끌어들였고, 또 위키백과에 지원금을 내면서 같이 만든 네이버 백과사전(오픈백과)의 컨텐츠가 어느정도 이상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저것 다 좋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네이버 백과사전에 문제가 남는다. 살펴보면 알겠지만, 네이버 서비스답게 역시 펌의 요람이 되어버린 네이버 백과사전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다. 괜찮은 글을 발견하면 "오픈백과에 올릴게요." 정도의 말만 남기고 옮기니 더 말해 뭣하겠는가?

한국 토종 인터넷서비스가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게 꼽을 수 있겠다.

탐욕스런 재벌
삽질하는 기업
국민을 탄압하는 정부

이런 점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한국 토종 인터넷서비스가 많이 등장하고 발전하는 것을 기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앱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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