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원짜리 카메라로 사진 찍으면 프로인가?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프로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다른 일반인이 따라할 수 없는 우월성을 기본으로 돈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프로의 우월성은 어디서 시작하는 것일까?
프로는 항상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연장(도구)도 마찬가지다. 환경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좋은 연장을 쓰는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은 주어진 연장만으로 최선의 결과를 이끌낸다. 그렇게 얻은 결과물은 다른 아마추어가 같은 장비로 얻은 결과물보다 눈에 띄게 낫다. 때로는 더 좋은 장비를 쓴 것보다도....
최고급 카메라는 물론... 5000 원짜리 1회용 카메라를 사용할 때도 최선을 다해서 사진을 만든다. (프로가 할 때는 찍는다는 표현이 사실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으로 만든 결과물은 누가 봐도 남다른 구석이 있다. 찍은 사진 몇 장만 봐도 그 사람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사진을 찍는지 알 수 있다. 1회용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마찬가지다.
카메라 같은 장비는 몇 달이면 누구나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사용법을 익힌다 해도 절대 뛰어넘지 못하는 어떤 벽 같은 것이 있는 법이다. 그 벽이 프로가 장비 사용법을 넘어 갖고 있는 그 무엇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프로가 좋은 장비를 쓰는 사람이라면 웃긴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내가 특수 재질로 만든 1억 원짜리 축구공을 베컴 앞에서 차고 있다면, 나는 프로고 베컴은 아마추어일까?? 1000만 원짜리 사진기로 사진을 찍는다는 위에서 말한 작자 앞에 이건희 삼성 총수가 1억 원짜리, 아니 100억 원짜리 카메라를 갖고 나타난다면 이건희 삼성 총수는 프로 찍새인 것일까? 마찬가지로 만약 자신이 그렇게 깔보던 동호회의 다른 회원이 어느날 더 비싼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다면, 그 다음부터는 그 작자도 자기 "장난감"을 버리고 구경이나 해야 할까? 이는 부족했던 자기 실력을 장비가 채워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생기는 유아들이나 범할 오류다. 장비 성능을 자기 능력으로 착각한 것이다.
프로는 굳이 말하지 않고, 결과를 보일 뿐이다. 자기 능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굳이 별말 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프로 바둑기사 이창호는 다른 사람이 뭐라 하던 과묵한 편이다. 그런데도 그가 한마디 하면 그것이 바둑의 길이 된다. 이창호가 그렇게 둬서 이기기 때문이다. 그 길이 없어지는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이창호에 버금가는 또 다른 프로가 나타나 새 길을 만들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게 통용되지 않는 분야가 몇몇 있다.
그런데 이게 통용되지 않는 분야가 몇몇 있다.
우리가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분야가 컴퓨터 그래픽일 것이다. 이 분야는 도구가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봐도 프로와 아마추어가 만든 결과물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프로라고 주장하면서 프로의 길을 걷는 아마추어를 가끔 본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일반적인 분야에서는 프로, 프로인척 하는 아마추어, 아마추어를 구별하기가 힘든데, 그 이유는 기본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장비와 시간이 차이나기 때문이다. 프로라면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사진 촬영에 임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많은 시간을 들여 좋은 장비를 사용하면서 프로인척 하는 아마추어도 비일비재하다. 그 과정을 거쳐 아마추어의 실력이 계속 높아져서 프로와의 경계가 사라져가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 있는 사람을 '프로츄어'라고 부른다. 결국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아마추어와 프로의 위치가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 언론의 많은 기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아마추어보다 못한 프로가 되어버렸다.
조금 더 심도있게 살펴보자. 앞서 말했듯이 아마와 프로의 차이는 쉽게 돈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자면 '책임 유무'라고 할 수 있다. 결과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대가로 돈(보수)를 받는 것이다. 만약 책임을 지지 않고 돈만 받는다면 어떤 사람일까? 사기꾼? 양아치? 조폭? 암튼 우리는 이런 식으로 부른다. 이런 분야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와 비슷한 분야는 어디 있을까? 정치! 사교육! 지금까지 책임을 지는 정치는 거의 보지 못했다. 어떻게든 표를 얻어 정치생명을 연장하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프로 정치인은 거의 없다. 사교육은 반대인 경우인데, 소비자가 책임지는 사교육을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래서 사교육자는 돈을 받기 위해서 자기 실력을 제대로 펴지 못한다. 이를 두고 프로 사교육자가 거의 없다고 해야 할지, 프로 피교육자가 거의 없다고 해야 할지는 말하기 어렵다. 아무튼 우리나라에서 정치와 사교육에서는 프로를 만나기 힘들다.
글 쓴 때 : 2005/09/28 10:17
이 글은 옛날에 오마이뉴스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며 썼던 것인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필요가 있어서 옮겨본다. 기본골격만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추가하며 모조리 뜯어고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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