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3일 일요일

초접사로 동영상 만드는 법

2012 년 6 월 2 일, 초접사로 사진을 찍어 이어붙여 동영상을 만들 때, 어떻게 사진을 찍어야겠냐는 질문이 SLRCLUB에 올라왔다.




제목 : 이런 조건의 사진은 어떻게 찍어야할까요?
글쓴이 : 가죽매듭

열심히 눈팅만 하는 회원입니다.혼자 열심히 고민하는 것보다는 많은 분들의 조언을 구하고자 이 곳에도 올려봅니다.

우선 배경지식을 조금 드리자면,
제가 있는 실험실에서는 bacteriophage라는 대장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이 바이러스의 물리적 성질을 이용하여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물을 만들어서 아래의 사진과 같은 색(structural color)을 보여주는 필름을 만드는 것입니다.

필름을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그림 b에 나와있듯이 바이러스가 있는 용액에 기판을 담갔다가 빼면 저절로 자기들끼리 뭉쳐서 특정구조를 만들고 색들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바는 저 구조물이 만들어지는 부분을 동영상으로 찍는 것입니다.
(그림 b에서 phage solution 부분에서 기판이 나오기 시작하는 물의 경계부분)
하지만 기판이 올라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5~10시간) 지금 계획으로는 접사를 통해서 타임랩스로 찍고자 합니다.
타임랩스 부분은 DSLR.bot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밑에 보이는 기판의 크기가 대략 2cm에 폭이 5mm 정도입니다.
밑의 사진은 탐론 60마에 sony a55(1.5 crop)을 이용하여 최대한 다가갔고
Metz 15MS-1를 무선동조시켜서 터트려주었습니다.
f8, 1/100, iso 200에 TTL 입니다.

색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기에 바탕은 검은색으로 해서 피사체인 기판이 좀더 밝고 뚜렷하게 나오도록 해주었습니다.
(맞는 설정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네요.ㅠㅠ 흰색 바탕이면 피사체가 더 어둡게 나오는 것 맞지요?)


하지만 현재의 것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확대하여 찍고 싶습니다.
여기에 접사링을 추가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까요?

http://www.slrclub.com/bbs/vx2.php?id=user_review&no=32895

이 분의 사용기를 보면 9mm까지는 화면에 꽉 차게 채울 수 있기는 한데
아직 써보지 않아서 확신이 서지 않네요.
리버스렌즈도 생각을 해보았지만 심도 문제도 있고 오랜 시간 찍어야해서 촛점 문제도 있네요.


짧게 요약을 해보자면
1. 접사 타임랩스를 하고자 하는데 폭 5mm정도의 기판이 움직이는 것을 최대한 근접해서 촬영을 하는데 접사링이 큰 도움이 될까요?
2. 배경이나 라이팅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현재는 검은 배경에 링플래시를 사용하고 있는데 개선할 부분이 있을까요?
3. 초접사에서도 af를 사용할 수 있을까요?






질문을 요약하자면, 880 nm 크기의 박테리아가 줄지어 달라붙어 필름 표면을 덮는 제품을 만드는데, 박테리아가 달라붙는 장면을 초접사촬영해서 동영상으로 만드는 방법이 없겠냐는 질문이다. 글 마지막을 보면 질문이 세부적으로 세 가지로 나뉜다는 걸 알 수 있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이를 설명하기에 앞서 설명하자면, 빛(가시광선) 파장은 400~600 nm 정도로 박테리아 하나의 크기와 거의 같아서, 빛으로 볼 수 있는 분해능 한계에 가까운 조건이 된다. 공장에서 쓰는 빛을 써서 측정하는 공작기계는 1000 nm(1 μm)까지만 구별할 수 있다. 저걸 촬영해서 동영상으로 만들겠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연구소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나도 사진에 초보지만, 최근 연마한 접사에 대한 이론과 체험을 바탕으로, 어쩌면 충분하지는 않을 답변을 해 주기로 했다. ^^


답변 요지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 사진을 보건데 필름이 완전히 불투명한 것이 아니다. (금속도 저정도로 얇으면 반투명해질 것 같으니까 당연하다.) 그러니 배경이 최대한 검지 않으면 간섭무늬가 허옇게 나올 것이다. 사진은 중학교 미술시간에 배경에 따라 더 밝거나 어둡게 보인다는 대조현상과는 상관없다. 원한다면 밝기를 조절하면 된다.
    아마 조리개를 조이고 배경과 필름 거리를 멀게 하면 뒷배경이 완전히 까맣게 나오는 동굴현상이 생기는데, 보통은 이를 피하려고 하지만, 이 경우엔 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거다.
  2. 조명만 확실히 받쳐준다면 접사링을 쓴 것이 사진 질이 더 좋다. 렌즈는 어떻게 만들어도 (굴절 때문에) 주변부가 어두워지고, 수차와 왜곡이 생긴다. 그러나 접사링은 렌즈 중심부를 통과한 빛만 쓰는 것이니까 사진 질이 좋아진다. 그러나 접사링을 쓰면 렌즈와 카메라 빛센서(CCD)가 멀어지므로, 멀어지는 거리 제곱에 비례하는 광량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밝아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글에서 좋은 링플래시를 쓴다고 했으니 특별히 조건을 변경하지 않는 한, 기존 장비를 써도 괜찮아 보인다.)
  3. 접사하면서 후레시를 가까운 데에서 터트릴 땐 노출보정을 해 줘야 한다.

 체리맛사탕 님 말씀대로 캐논 MP-E 65mm f2.8같은 렌즈를 쓰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카메라 자체를 바꿔야 하는 등 부담이 적잖아서, 우선 접사링으로 시도해 보는 것이 더 좋겠다.

이후 쪽지로 추가로 AF(자동초점)을 쓸 때, 조리개를 조이면 초점이 잘 맞지 않는지에 대해 질문해 오셨다. 곤충 찍을 때 수동초점(MF)을 많이 쓴다는 글을 보시고 물어오신 것이다. 보통 글에는 결과만 쓰고, 이유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에 따른 혼선을 일으키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동초점은 조리개 설정과는 별 상관이 없다. 보통 조리개를 32까지 꽉 조여도 렌즈를 통해 보는 건 차이가 없고, 촬영할 때에나 빛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조리개에 의한 밝기와 심도가 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초점이 자동으로 맞지 않는다면 렌즈가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거나, 주위가 너무 어두운 것이다.
곤충을 접사할 때 수동초점을 쓰는 이유는 곤충이 움직이는 속도보다 렌즈가 초점잡는 속도가 훨씬 느리기 때문이다. 보통 사진찍는 사람들은 "초접사로 개미를 봤더니 제트기처럼 지나가더라..."이런 표현을 쓰곤 한다. 따라서 초접사로 이런 사진들을 찍으려면 수동초점으로 놓고,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자동초점으로는 아예 사진이 찍히지 않으니까!

이렇게 접사로 찍은 사진을 이어붙여 동영상을 만들 때는 일일이 자동초점을 잡아야 할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동영상도 프레임 하나하나는 초점이 안 맞을 수 있지만, 동영상 전체는 초점이 맞는 것이다. 따라서 필름이 앞뒤로 조금씩 흔들리는 것에 대응해 사진 하나하나를 초점을 맞추며 찍으면, 당연히 제대로 된 동영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상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데도 항상 뚜렸하고, 더군다나 초점이 변하면 물체 크기도 변하므로, 피사체가 갑자기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이상한 영상이 된다.

이런 경우에 나라면 카메라 후레쉬가 실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인지와 렌즈가 수조에 닿지 않을지를 걱정할 것이다.^^;; 수면과 접사 촬영각도가 참 미묘해 보인다. (뭐 가능해 보이니까 하시겠다고 하는 거겠지만....)



ps.
가죽매듭 님, 글과 답변내용을 블로그로 옮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 2개:

익명 :

상세한 답변 감사드려요!!
살짝 첨언을 하자면 무늬자체는 바이러스가 뭉쳐서 나타나는 것이라 저 무늬하나가 100um 정도의 크기로 나타나서 눈으로 겨우 볼 수 있을 정도이기는 해요.
조언해주신데로 여러가지 시도해볼게요~~

goldenbug :

100 μm.... 머리카락 두께에 해당하는 거죠. ^^
사진 보고 대충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무늬가 늘어나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는 거니까 바이러스 하나하나의 영향 뭐 어쩌구 저쩌구 해서 위 글처럼 말씀드린 겁니다. ^^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