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2일 목요일

윈도우8이 시장에 잘 안착할 수 있을까?

MS 윈도우8이 2013 년 1 월까지 5만 원도 안 되는 저가에 할인판매 된다고 한다. 그럼 여기서 질러야 할까? MS가 할인판매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windows XP

MS는 자기 회사 제품이 자기네 최대의 적이라고 노상 이야기했다. 특히 운영체제에서의 windows XP는 그 아성이 매우 높아서 다음 출시 제품이었던 windows vista가 3 개월만에 백기를 들었던 전력이 있다. windows vista 출시 2 년 이후에 windows 7이 출시됐을 때, 굉장한 호평을 받았지만, 이 제품마저 아직 windows XP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에 맞춘 UX에서 찬사를 받았던 windows 7
그러나 아직 windows XP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MS로서는 두 가지 전략을 세웠을 것이라고 보는 건 다연하다.
첫째는 할인판매를 통해 초기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초기 사용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windows vista처럼 몇 달만에 생산을 포기하는 수밖에 길이 없게 된다. 따라서 한 카피라도 더 많이 판매하는 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다.
둘째는 언론을 통해 windows XP의 단점을 부각시켜는 것이다. 사용자가 windows XP를 버리고 windows 8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windows XP에서 가장 원활히 돌아가는 게임, 쇼핑몰, 금융결제 등에 불편을 견뎌야 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각종 언론을 통해 windows XP의 단점을 부각시킬 것이다. 지금을 포함해서 앞으로 windows 8과 windows XP가 언급되는 언론기사의 99 %는 MS가 배포하는 기사광고라고 믿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사리분별을 해보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windows XP가 안 좋은 건 예전부터였는데, 왜 지금 windows 8으로 갈아타야 할까? 정말 갈아타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아직 검증되지 않은 windows 8보다 이미 성능이 검증된 windows 7으로 갈아타게 만드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MS는 그런 전략을 세우지 않았다. 새 제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windows 8은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인가?
현재 상황만 본다면 windows 8이 퇴출되지 않고, 안착만 하더라도 일단 성공이라는 평을 받을 것이다. 그럼 안착할 수 있을까? 그럴 정도로 대중에게 매력적일까?

windows 8이 기존 운영체제, 특히 windows 7보다 좋아진 점으로는 '메트로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터치스크린에 최적화했고, 애플의 앱스토어를 흉내낸 프로그램 마켓(마켓 플레이스)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MS의 주장대로 좋다고 생각하기 전에 하나하나 꼼꼼히 뜯어보자.

우선 메트로 인터페이스를 생각해보자. 당신 주변에 터치스크린을 단 PC가 얼마나 있는가? 말 안 해도 된다. PC에 터치스크린이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비용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평소 편하게 모니터를 놓고 쓰는 모습과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는 스마트기기를 쓰는 모습을 상상해 봐라. 당장 화면 크기와 각도에서 크게 차이난다. 즉, PC 모니터에서는 터치스크린을 쓰는 것 자체가 더 불편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니터 각도를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뭔가 대공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쓰기 좋게 장착하더라도 공간 활용성이 크게 떨어진다. 더군다나 모니터에 남는 손자국은 사람들을 돌아버리게 만들 것이다. 작은 스마트기기에서도 손자국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많다는 걸 생각한다면, 크기가 큰 PC 모니터는 손자국의 단점이 크기에 비례하는 정도로 크게 부각될 것이다.
결국 사용자는 메트로 인터페이스를 쓰지 않으면 된다. ^^; 그렇게 되면 이건 장점은 아닌 게 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메트로 인터페이스를 PC 운영체제에 적용한 것은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은 실수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마켓 플레이스를 생각해보자. 이미 앱스토어는 애플의 iOS 뿐만 아니라 리눅스 계열 운영체제에서도 활성되어 있으며, 스마트기기에 쓰이고 있다. 이런 걸 windows 8에서도 쓸 수 있게 된다. 편해보인다. 근데 이 문제를 생각하기 전에, 1 년쯤 전에 내가 겪었던 경험을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요즘엔 뜸하지만) 내가 컴퓨터를 사용하는 주요 목적 중 하나가 프로그램 테스트다. 프로그램 하나를 테스트하는 동안에 운영체제를 보통 두세 번 다시 설치한다. 내 컴퓨터는 어쩔 수 없이 평균 일주일에 한 번씩 운영체제가 새로 설치된다. 그런데 어느날, windows 7이 인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MS에 전화해서 인증을 받으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무 자주 운영체제를 설치해서 불법복제 사용을 의심받는 번호로 등록됐기 때문에 차단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내 시리얼번호로 설치하려면 매번 전화해서 인증받아야 한다고 했다. 사용자한테 그 불편한 짓을 하라고 하다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MS에서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난 그 불편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품을 넣어두고는 불법복제품을 쓰고 있다.
이 문제가 왜 생겼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문제는 MS-Windows 운영체제들의 불안정성에서 출발한다. Windows 7에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가 제거했을 때 이전과 똑같아지면 프로그램을 시험할 때마다 운영체제를 새로 설치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온갖 프로그램들이 섞여버리면서 온갖 문제가 발생하고, 그걸 알아내기 위해 운영체제를 더 많이 설치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내가 특수한 경우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보통 사용자들이 운영체제 설치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운영체제를 설치하지 않아서 나와 달라진 것이다. 내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본 컴퓨터들은 이미 온갖 웜, 바이러스 등의 온상이었으며, 너무 많은 쓰레기 프로그램이 설치되어서, 새로 운영체제를 설치해야 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이 문제는 아이앤티미디어랩의 사기백신 같은 사례가 너무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서 생기는 것이다. (비슷한 방식의 문제로는 미디어드림포트의 주인 모르는 휴대폰 결제 사례가 있는데, 이는 운영체제와는 상관이 없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응용프로그램이 설치될 때 원래 운영체제는 전혀 건드리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MS-Windows 운영체제들은 windows 95 때부터 이를 잘 관리하지 못하게 만들어졌으며, 예전 프로그램을 계속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하위 호환성을 위해서) 계속 이 문제점을 안고 가고 있다. windows 8도 어쩔 수 없이 이 문제점을 안고 갈 것이며, 온갖 나쁜 프로그램 때문에, 사용자의 골치를 계속 아프게 할 것이다. 따라서 마켓 플레이스가 활성화되면, 나처럼 사용이 막히는 사용자가 많아질 것이다. (더군다나 각종 보안툴이나 백신을 자기네 것 설치하라고 종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은 MS게 허접하다는 게 함정이다.)
거기다가 웹을 돌아다니면 설치되는 무수히 많은 쓰레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용자는 windows 8을 사기 전에, 자기가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운영체제를 어느날부터 갑자기 쓰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한다.

장단점 중에 남은 건 UX가 좀 더 향상된다는 점과 엄청나게 느려진다는 점이다. 향상된 뭔가를 체감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최신 컴퓨터를 구매해야 할 정도다. 사용자들은 이미 뭔가를 이용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바꾸는 짓은 하지 않는 분위기다. 운영체제가 새로 나오면 업그레이드하던 분위기는 windows XP 때가 마지막이었다. 게임 같은 게 나올 때는 컴퓨터를 새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람들의 절대값도 이제는 3~4만 명 정도에 그친다. 즉 사용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더라도 windows 8의 앞길은 가시밭길이 분명해 보인다. 할인해서 팔려고 하더라도 사서 쓸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만 하더라도 작년 가을에 업그레이드한 컴퓨터인데도, 베타 버전을 설치할 엄두도 내보지 못했다.)

그럼 windows 8은 왜 만들었나?
사실 이 운영체제는 PC를 타겟으로 만든 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어차피 PC 시장은 점차 줄어들 것이 분명하므로, MS도 스마트기기로 뛰어들기 위해 만든 것이다. 거기에 장단맞춰서 단일플랫폼을 제공한다는 미명하에 PC 버전으로 출시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결국 두 플랫폼 사이에서 어중간한 위치를 고수하다가 실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금의 상황이 그대로 전개된다면, 전체적으로 windows 8은 실패작이 될 것이다. (그러나 MS를 걱정하지는 말아라. MS의 주요 수입원은 MS-office이며, 여전히 미국에서 현금이 가장 많은 3 대 회사 중 하나다. MS-windows로 버는 돈은 MS 전체 수입과 비교하면 그냥 덤일 뿐이다. 그 덤 때문에 MS-office가 더 잘 팔리는 거긴 하지만...)

정말로... windows 8을 할인판매한다고 덥썩 사지 말고, 일단은 관망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구매는 할인판매가 종료되기 직전까지 살펴봐서, 괜찮다 싶으면 해도 되니까.




ps. 만약에....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지금 MS의 회장 자리를 맡는다면 뭘 할까? 욕은 바가지로 얻어먹겠지만, 과거 유물은 박물관으로 보내고, OS 커널을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라고 지시내렸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경우는 그렇게 해서 iOS X를 탄생시킨 전례가 있다. 이 iOS X는 지금도 애플이 만드는 모든 기기의 기본 운영체제로 활용되고 있다.


ps. 아래 부분에 트위터 @Rubik_Orange란 분이 여섯 개의 트윗을 통해서 이이를 제기했기에 아래 부분을 추가합니다. 다른 분이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에는 답을 원하는 질문이 있고, 답을 원하지 않는 질문이 있다. 이 분은 내 답에 전혀 수긍하지 않는 걸 봤을 때 후자 의미로 질문했던 것 같다.(답 안 해 준다고 투덜거리길래 전자인줄 알았네...)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아니라 시간이 해줄 것이다.

한 가지 더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지만, 그냥 놔둬도 10 년쯤 후엔 스스로 답을 찾을 것이라 믿으면서 생략한다. (이 말은 직접 해 주면 욕만 날라오더라...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상당히 거북하게 들리기 때문일 듯하다.)

ps. 이 글에 대한 후기를 썼다.

댓글 5개:

archmond :

재밌게 읽고 갑니다.

조악사 :

아 저는 학생입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댓글남깁니다.
윈도우8을 쓰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편하게 느낍니다. 솔직히 아이패드보다 훨씬 낫습니다.
아이패드는 장난 감이라면, 이건 컴퓨터 장난감이니까요. 그냥 일반피씨라면 데스크탑 모드로 사용할것 같습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미래에 컴퓨터는 타블렛 피씨로 갈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타블렛 피씨의 점유율이 많이 올라가고 있죠
저는 타블렛pc에 깔아서 사용하는데 윈도우7 쓸때보다 윈도우8 쓸때 속도도 훨씬 빠릅니다. 가볍구요,
기존의 pc는 모르겠지만 타블렛pc OS중에서는 압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너무 안좋은 관점으로만 바라보신것 같아 댓글달고 갑니다.

goldenbug :

조악사 님 //
어떤 기준으로 말씀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이 글은 단순히 PC 운영체제로 바라본 글입니다.

goldenbug :

이 글의 후기를 썼다.

http://lab.goldenbug.me/2012/07/ms-windows-8.html

익명 :

잘보고 가요..

의견이 저랑

정확히 일치 하시네요 특히 마지막 부분 ㅎ

윈도우8을 왜 만들었나...ㅋㅋ

베타버전 못써본게 아쉽네요

가격은 착해서 재미삼아 한번 질러볼까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