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12 삼성전자 면접 통과
2000.02 대학교 졸업
2000.02 삼성전자 입사
2000.05 삼성 기초교육 수료
2000.06 삼성전자 반도체부 발령
2000.07 삼성전자 반도체부 관리직 발령
2005.10 백혈병 발병
2006.01 삼성전자 퇴사
2009.12 사망
내가 인생에 있어서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군대에서 연대직속 수색중대 배치를 거부한 것이다. 만약에 내가 연대 수색중대에 갔다면 거의 1/3 확률로 죽었을 것이다. 복무중에 진짜 사고로 소대 하나가 거의 죽었다. 만약 여기에서 죽었을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됐겠지만, '전사'라거나 '순국'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이유를 군대 나녀온 분은 잘 아시리라....설명은 생략한다.
둘째는 대학교 다닐 때 삼성전자 입사제의를 거절한 것이다. 위의 첫째 줄의 삼성전자 특채 제의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당시 두 가지 문제가 있어서 이 이메일에 신경쓰지 못했다. 첫째는 당시 졸업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하드디스크 0 번 섹터 배드로 쓰던 걸 모조리 날려버리고서 처음부터 다시 써야 했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학교도 제대로 못 갔다. 다른 하나는, 난 그때도 반골기질이 다분했기 때문에 삼성을 참 많이 싫어했다. 만약에 그런데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면, 어쩌면 나는 2009 년쯤에 죽었을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삼성을 거부했던 이유가 이 영화에서 다루는 백혈병 문제는 아니었다. 삼성은 사원을 '또 하나의 부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돈 많이 받다가 결국엔 버림받는 부품이 되기 싫었다. 돈은 못 벌더라도 자유를 누리는 사람이고 싶었다.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예전의 내 선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역시 잘 선택했다.
삼성에 대한 건 삼성공화국, 삼성장학생, 이건희제(帝)라는 세 단어로 축약된다. 이 영화에서는 삼성공화국의 면모만 보여주고 있다. 정부기관이 언제부터 삼성의 대변인이 되고, 언론이 언제부터 삼성의 눈치를 보게 됐나? 우리나라는 언제쯤 삼성공화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신자유주의는 언제까지 승승장구할 것이며, 삼성의 순환출자는 언제 깨질 것인가 같은 생각을 했다.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PR을 시작했고, 캐치프레이드 '또 하나의 가족, 삼성'을 오래동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 캐치프레이드는 '또 하나의 부품', '또 하나의 약속', '또 하나의 삼성캣'이 되어 삼성에게 되돌아가고 있다. 캐치프레이드란 건, 잘 할 때는 나빠도 좋은 쪽으로 작용하고, 못할 때는 좋아도 나쁜 쪽으로 작용하는 법이다. 삼성이 지금 얼마나 못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심지어 이 영화의 상영을 사실상 막으려 했던 것, 그것이 바로 삼성공화국의 일면이 아닐까?
삼성공화국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삼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많은 불합리가 벌어지는데, 당장 자기 일이 아니라고 같이 거드는 삼성 직원들... 그들은 일베 회원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인간이 아니다.
ps. 삼성만큼이나 문제를 많이 만드는 롯데의 계열사 롯데시네마에서 이 영화를 보는 것 또한 아이러니다!
| 영화를 보고 나와보니, 롯데시네마가 있던 부평역사 꼭대기에 '귀속'이라는 네온사인이 깜빡이고 있었다. 우연이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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