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3일 월요일

어쩌면 내 이야기 <또 하나의 약속>

1999.11 삼성전자 특채 제의 이메일 수령
1999.12 삼성전자 면접 통과
2000.02 대학교 졸업
2000.02 삼성전자 입사
2000.05 삼성 기초교육 수료
2000.06 삼성전자 반도체부 발령
2000.07 삼성전자 반도체부 관리직 발령
2005.10 백혈병 발병
2006.01 삼성전자 퇴사
2009.12 사망

내가 인생에 있어서 정말 잘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군대에서 연대직속 수색중대 배치를 거부한 것이다. 만약에 내가 연대 수색중대에 갔다면 거의 1/3 확률로 죽었을 것이다. 복무중에 진짜 사고로 소대 하나가 거의 죽었다. 만약 여기에서 죽었을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됐겠지만, '전사'라거나 '순국'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 이유를 군대 나녀온 분은 잘 아시리라....설명은 생략한다.



둘째는 대학교 다닐 때 삼성전자 입사제의를 거절한 것이다. 위의 첫째 줄의 삼성전자 특채 제의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당시 두 가지 문제가 있어서 이 이메일에 신경쓰지 못했다. 첫째는 당시 졸업논문을 쓰고 있었는데, 하드디스크 0 번 섹터 배드로 쓰던 걸 모조리 날려버리고서 처음부터 다시 써야 했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학교도 제대로 못 갔다. 다른 하나는, 난 그때도 반골기질이 다분했기 때문에 삼성을 참 많이 싫어했다. 만약에 그런데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면, 어쩌면 나는 2009 년쯤에 죽었을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삼성을 거부했던 이유가 이 영화에서 다루는 백혈병 문제는 아니었다. 삼성은 사원을 '또 하나의 부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돈 많이 받다가 결국엔 버림받는 부품이 되기 싫었다. 돈은 못 벌더라도 자유를 누리는 사람이고 싶었다. 오늘 이 영화를 보면서 예전의 내 선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역시 잘 선택했다.

삼성에 대한 건 삼성공화국, 삼성장학생, 이건희제(帝)라는 세 단어로 축약된다. 이 영화에서는 삼성공화국의 면모만 보여주고 있다. 정부기관이 언제부터 삼성의 대변인이 되고, 언론이 언제부터 삼성의 눈치를 보게 됐나? 우리나라는 언제쯤 삼성공화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신자유주의는 언제까지 승승장구할 것이며, 삼성의 순환출자는 언제 깨질 것인가 같은 생각을 했다.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PR을 시작했고, 캐치프레이드 '또 하나의 가족, 삼성'을 오래동안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 캐치프레이드는 '또 하나의 부품', '또 하나의 약속', '또 하나의 삼성캣'이 되어 삼성에게 되돌아가고 있다. 캐치프레이드란 건, 잘 할 때는 나빠도 좋은 쪽으로 작용하고, 못할 때는 좋아도 나쁜 쪽으로 작용하는 법이다. 삼성이 지금 얼마나 못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심지어 이 영화의 상영을 사실상 막으려 했던 것, 그것이 바로 삼성공화국의 일면이 아닐까?

삼성공화국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삼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많은 불합리가 벌어지는데, 당장 자기 일이 아니라고 같이 거드는 삼성 직원들... 그들은 일베 회원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인간이 아니다.





ps. 삼성만큼이나 문제를 많이 만드는 롯데의 계열사 롯데시네마에서 이 영화를 보는 것 또한 아이러니다!

영화를 보고 나와보니, 롯데시네마가 있던 부평역사 꼭대기에 '귀속'이라는 네온사인이 깜빡이고 있었다. 우연이었을까?

2014년 1월 26일 일요일

디즈니의 왕자와 공주 이야기가 식물나는 이유...



요즘 디즈니에서 만든 <겨울왕국(Frozen)>이란 만화가 인기인가봅니다. 평이 하도 좋아서 저도 봤는데,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더군요. ^^; 디즈니는 왕자와 공주 이야기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것일까요?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디즈니 역사상 최고의 성공이 예상된다는 만화영화





픽사라는 회사는 원래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조지루카스필름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하던 팀이었습니다. 조지루카스필름은 이게 돈을 잡아먹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서 골치아파하고 있었는데, 잡스가 가치를 알아보고 싸게 인수했습니다.

잡스가 인수한 뒤에 몇 년쯤을 아무런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잡스는 그냥 직원들 원하는 걸 만들어 보라고 계속 돈만 대줬지요. 초기에는 특수효과를 내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돈이 엄청나게 들어갔다고 합니다. 억만장자 잡스의 재산이 픽사와 넥스트 두 회사 때문에 밑을 보일 정도였다고 하니... 돈을 얼마나 들이부은 건지 알 수 있죠. 픽사 직원들이 잡스한테 너무 미안해서 이런저런 기획을 해서 잡스한테 가져갔고, 잡스는 만화영화에 대한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획안을 들고 수주를 받던 인연이 있던 디즈니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3 편 제작과 유통과 저작권에 대한 계약을 하게 됩니다. (잡스 재산이 거의 다 떨어져가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매우 불공정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 이 기획안을 디즈니 요구대로 뜯어고쳤는데... 이게 전통적인 디즈니풍인 왕자공주 이야기처럼 변해갔다고 합니다. 몇 년 동안 디즈니 요구대로 만들다가 결과가 영 이상하게 나오자 픽사가 반기를 들고, 자기들 나름대로 다시 재구성했는데 그게 결과가 더 좋아서 제작을 다시 처음부터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벅스 라이프>였다네요....

두 번째 편을 제작한 뒤에 픽사가 돈을 충분히 갖게 되자 픽사는 세 번째 편을 제작한 뒤에는 디즈니와의 관계를 청산하려고 맘먹습니다. 여기에서 월트 디즈니의 손자가 등장합니다. 월트 디즈니 손자는 디즈니랜드에서 캐릭터들의 카퍼레이드를 보다가 디즈니사가 위기에 처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디즈니 캐릭터는 전부 40 년대 이전에 것이었고, 새로운 캐릭터는 픽사의 것 뿐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디즈니 손자는 픽사를 어떻게든 인수해야 한다고 디즈니 이사진을 설득했고, 그 결과 (당시 무능하던 CEO를 교체하면서) 디즈니는 픽사를 인수하게 됩니다. (픽사를 디즈니에 넘긴 건 이때가 잡스가 애플에 복귀해서 너무나 바쁘게 보낼 때라서, 양쪽에 신경을 쓸 수 없어서라고 하네요.) 대신 이번에는 잡스가 유리한 조건이었기 때문에 디즈니 최대주주가 됩니다.




만약에 픽사가 첫 작품을 만들 때 디즈니 요구를 끝까지 거절하지 못했다면....
<벅스 라이프>는 일개미와 처녀개미의 사랑 이야기가 됐을 겁니다.....
전 왕자와 공주의 해피앤딩 이야기 만드는 게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디즈니 사람들 머리 속에는 왕자와 공주만 살고 있는 겁니다. 이걸 알면 어떻게 식물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2014년 1월 10일 금요일

〈변호인〉 캠판에 대한 생각

거의 천만 관객이 들었고, 지금도 상영관에 걸려있는 영화 <변호인>이 캠판으로 떴다는 소식을 듣고, 다운받아 살펴봤다.

우선 영상은 한 상영관에서 하나의 캠코더로 여러번에 걸쳐, 또는 여러 대의 캠코더를 일시에 동원해서 조금씩 나눠 찍어서 합친 것이다. 영상 상태를 봤을 때 여러번에 걸쳐 찍었을 확률은 극히 낮으며, 한번에 같은 기종의 카메라 여러 대를 동원해 찍은 것으로 보인다. 소리는 하나에서 녹음한 걸 쓴 것 같다. 특수 마이크를 쓰거나 하지 않아서 음질은 아주 나쁘다. 촬영한 것의 흔들림이나 구도 변화를 볼 때 삼각대를 세운 건 아니며, 모노포드를 썼거나, 앞 좌석 의자 사이 등에 캠코더를 올려놓고 찍은 것이다. (그래서 단번에 촬영하지 못한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의 말소리 등이 전혀 녹음되지 않았다. 이는 정상적인 상영관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상의 사항을 생각할 때, 롯데시네마 압구정동 지하에 있는 작은 상영관 같은 곳 전체를 대관해서 찍은 영상인 게 분명하다.

이런 정도라면 캠판을 제작하기 위해 누군가 집단을 동원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누굴까?



일본사람이 좋아한다는 박정희 사진